
러시아와 중국의 대형 폭격기 편대가 한국과 일본 주변 공역을 동시에 비행하며 양국의 방공망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번 공동비행에는 중국의 H-6 폭격기를 비롯해 러시아의 Tu-95와 Tu-142 계열 항공기가 대거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군용기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안으로 진입했으며 한국과 일본 군 당국은 즉각 대응 전투기를 출격시켜 감시 기동을 펼쳤다.
비록 직접적인 영공 침범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한국 국방부는 러시아와 중국 측에 즉각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영공 아닌 방공식별구역 진입이 남긴 작전상 부담
이번 비행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영공과 방공식별구역의 개념 차이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방공식별구역은 주권이 완전히 미치는 영공이 아니므로 외국 군용기가 들어왔다고 해서 곧바로 법적 침범이나 공격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다만 미확인 항적이 접근하면 군 당국은 식별과 감시 작업을 시작하고 필요에 따라 전투기까지 직접 출격시켜 대응해야 한다.
이 때문에 외국 군용기의 방공식별구역 진입은 법적인 문제보다 아군 공군에 실질적인 작전 부담을 안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장거리 비행 능력과 핵무기 탑재 능력을 동시에 지닌 전략폭격기의 공동비행은 정찰기보다 훨씬 강력한 군사적 상징성을 띤다.
중국과 러시아가 동일한 항로를 맞춰 움직이는 조치는 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에 맞서 군사적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발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 공군은 항적 추적부터 전투기 출격, 공중급유 조율, 지휘통제실 가동까지 매번 실제 작전에 준하는 비용과 자원을 지출했다.
이러한 대치 상황이 지속해서 반복될 경우 조종사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레이더 등 지상 감시 장비의 정비 부담과 상황실의 판단 절차도 무거워진다.
방공망을 소모시키는 회색지대 전술의 실체
일본 역시 러시아와 중국 항공기, 북한 미사일 경보가 겹치는 동해 공역에서 한국과 정보 공유를 늘리고 지상 레이더망 협력을 다져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번 합동 비행으로 자신들의 장거리 비행 능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한일 양국의 전투기 출격 지점과 통신 감시 패턴을 면밀히 관찰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군 역시 과잉 반응으로 빌미를 주지 않으면서 방공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외교적 항의와 전투기 출격, 정보 공개 수위를 정교하게 조합해야 하는 과제를 마주했다.
비록 당장 전쟁이 임박했다는 근거는 없지만, 편대 규모와 진입 빈도를 늘려 방공망의 일상 업무를 소모시키는 회색지대 압박은 앞으로도 지속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