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떠받치는 무형의 돈줄을 끊기 위해 한국과 미국, 일본의 외교 당국이 미국 워싱턴에서 긴밀하게 머리를 맞댔다.
세 나라는 제5차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외교 실무그룹 회의를 열고, 암호화폐 탈취와 자금세탁, 가짜 IT 인력의 위장 취업 등 불법 수익 차단 방안을 공유했다.
이번 회의는 대규모 미사일 발사라는 눈에 보이는 무력 도발 뒤에서 정밀하게 작동하는 북한의 군사 자금 조달 프로그램을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무게감을 보여준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고도화가 지속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수적인데, 사이버 범죄가 국경과 제재망을 우회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조용한 우회로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영토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전장
물리적인 국경을 넘지 않고도 막대한 가치를 탈취할 수 있는 암호화폐 해킹은 북한에게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자금 조달 방식으로 통한다.
훔친 가상자산을 여러 전자지갑으로 쪼개거나 자금 세탁용 믹싱 서비스를 거치면, 각국 사법 당국의 추적 속도를 따돌릴 만큼 수사 공조가 한층 복잡해진다.
이보다 더 일상적인 위협으로 부각된 요소는 신분과 접속 위치를 위장한 북한 IT 인력들이 해외 기업의 원격 개발 업무를 따내는 우회 취업 양상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신분을 속여 가며 받아 가는 임금은 그대로 외화 수입이 되며, 내부 시스템의 깊숙한 접근권을 얻어 또 다른 보안 위험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다.
군사 기사에서 이 같은 자금 흐름을 눈여겨보는 배경은 결국 미사일 사거리나 탄두의 위력 이면에 연구 비용과 부품 조달이라는 자본의 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는 한미일 3국의 공조 역시 요격 미사일을 배치하거나 전함을 기동하는 전통적인 군사 훈련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정보 당국뿐만 아니라 금융기관과 가상자산 거래소, 민간 보안업체, 기업의 채용 담당자가 거대한 방어선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의심 정보를 교환해야 한다.
다만 이번 협의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이 벌이는 모든 사이버 활동이 곧바로 핵무기 개발 자금으로 직결된다고 과장하여 단정하는 해석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간 기업의 인사 채용까지 내려온 새로운 방어선
전통적인 선박이나 항공 화물 제재는 이동 경로와 통관 기록이 뚜렷하게 남지만, 국경선이 없는 가상자산 흐름은 행정적인 명령만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정부가 외교적 제재 명단을 발표하더라도 실제 가짜 개발자를 걸러내고 의심스러운 계정을 폐쇄하는 직접적인 차단 행위는 결국 민간 기업 현장에서 시작된다.
국내 기업들 역시 해외 프리랜서 채용이나 외주 보안 점검, 원격 접속 권한 부여 시 신원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하는 실제적인 숙제를 함께 떠안았다.
북한의 무기 개발을 막아내는 전선이 군 부대 울타리를 넘어, 이제는 개별 기업의 서버 관리와 인사 절차 속으로 깊숙이 파고든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