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 쟁쟁한 항구도시들이 줄줄이 경쟁에 나섰지만, 표결 결과는 만장일치였다. 아시아가 25년간 한 번도 차지하지 못했던 그 무대를 부산이 처음으로 가져왔다.
25년 만의 귀환, 그 자리를 차지한 도시
2002년 중국 다롄에서 세계항구도시협회 총회가 열린 뒤, 이 행사는 단 한 차례도 아시아로 오지 않았다. 뉴욕(2025년)과 프랑스 됭케르크(2026년)처럼 북미·유럽을 오가는 흐름이 25년간 이어졌다.
그 공백을 깬 것이 부산이다. 6일(프랑스 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세계항구도시협회(AIVP) 제1차 총회에서 2027년 개최지로 부산이 만장일치 확정됐고, 부산시는 이를 7일 국내에 공식 발표했다.
경쟁 도시는 스페인 세비야, 노르웨이 오슬로, 코트디부아르 아비장, 프랑스령 레위니옹으로 전부 유럽·아프리카권이었다. 한국 개최는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세계 2위 환적항이 내민 세 장의 패
부산이 유치전에서 꺼낸 근거는 허풍이 아니었다. 세계 2위 환적항이자 세계 10위권 해양도시라는 위상이 그 자체로 설득력이었다.
여기에 세 가지 비전을 더했다. 친환경 스마트항만 전략, 세계 최대 규모 북항 재개발사업, 글로벌 물류 플랫폼 구축이다.
북항 재개발은 기존 항만 부지를 도심으로 탈바꿈시키는 대규모 사업으로, 부산이 이미 해양 도시 재편을 실행 중임을 보여주는 실물 근거였다. 197개 회원 도시 앞에서 ‘앞으로 할 것’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이 핵심이었다.
교섭의 기술, 발표보다 면담
유치 성공 뒤에는 치밀한 사전 교섭이 있었다. 부산시는 2025년 11월 AIVP 이사회에 진출한 직후부터 부산관광공사·한국관광공사·부산항만공사·부산지방해양수산청과 함께 유치준비단을 꾸렸다.
2026년 5월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열린 AIVP 이사회에서는 공식 유치 발표에 그치지 않고, 집행이사회 위원들을 한 명씩 붙잡아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발표를 잘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2027년 부산, 그 이후가 더 바쁘다
총회 유치 확정은 시작일 뿐이다. 부산시는 2026년 9월 AIVP 사무국의 현장 실사를 받고, 2026년 11월 프랑스 됭케르크에서 열리는 올해 총회에서 2027년 부산 개최를 공식 선포한다.
총회 기간 부산은 스마트항만 전략과 북항 재개발·글로벌 물류 플랫폼 비전을 세계 197개 회원 도시 앞에 직접 펼쳐 보일 계획이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칠레와 공동으로 2028년 제4차 유엔 해양총회 유치도 추진 중이어서, 한국이 해양 국제행사의 새로운 거점으로 연달아 이름을 올릴지 주목된다.
국제 행사는 개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무대에서 무엇을 보여주느냐가 진짜 게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