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가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계속 운용하기 위해 배브콕 캐나다와 11억 캐나다 달러(약 1조 1220억 원) 규모의 6년 유지지원 계약 연장을 체결했다.
배브콕은 2026년 7월부터 빅토리아급 잠수함대의 정비, 수리, 기술 지원과 부품 공급망 관리를 전담하며 신형 잠수함이 인계되는 2030년대까지 수중 전력 공백을 방지한다.
1990년대 말 영국에서 중고로 도입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은 심각한 선체 노후화와 긴 정비 주기 탓에 4척이 동시에 임무에 나서는 일조차 드문 실정이다.
그럼에도 태평양과 대서양, 북극권이라는 세 면의 바다를 감시해야 하는 캐나다 해군으로서는 신형 함정 정식 도입 전까지 기존 잠수함 전력을 통째로 내려놓을 수 없다.
전력 공백 방지와 현지 정비 인프라 사수를 위한 비용
이번 계약의 핵심은 잠수함의 무기 체계 성능을 급격히 끌어올리기보다 선체 검사, 부품 교체, 도크 수리 일정을 체계적으로 유지하는 시간 확보에 있다.
배브콕은 지난 18년간 캐나다 현지 450여 개 공급망과 전문 기술 인력을 구축해 왔으며, 이 정비 조직이 해체되면 신형 잠수함을 도입해도 정비 인력을 다시 육성하는 데 막대한 시간이 걸린다.
캐나다 정부는 최근 독일 TKMS를 최대 12척 규모의 신형 재래식 잠수함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2034년까지 초기 4척을 인도받는 구상을 세웠다.
다만 최종 계약과 해외 건조 일정의 변수가 남아 있어 신형 함정이 들어올 때까지 기존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바로 퇴역시킬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해군이 중시하는 지표는 단순히 잠수함 4척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작전 투입과 훈련, 정비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실제 출동 가능 함정 수의 확보다.
수리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 북극 접근로와 주요 해역에서 감시 공백이 생기며, 동맹국과의 합동 훈련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임무 수행에도 직접적인 차질이 빚어진다.
유지 보수 계약은 현지 산업 기반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쳐, 2008년 이후 캐나다 국내총생산에 32억 캐나다 달러(약 3조 2640억 원) 이상의 파급 효과를 유발하고 연간 15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유지해 왔다.
정부 입장에서는 잠수함 가동률 유지뿐만 아니라 향후 차세대 함대 정비와 부품 수급을 담당할 인프라를 보존하기 위한 필수적 보험으로 이번 연장 계약을 활용한다.
노후 선체의 정비 리스크와 차세대 전환기의 과제
대규모 유지비 투입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선체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부식과 부품 단종 문제는 정비 기간과 비용을 추가로 늘리는 리스크로 작동한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역시 가격 협상, 현지 생산 조건, 북극권 운용 요구에 따른 설계 변경으로 인도가 지연되면 빅토리아급의 한계 시점이 먼저 다가올 수 있다.
구형 빅토리아급 부품 유지와 신형 TKMS 잠수함 교육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교체기에는 제한된 해군 승조원과 정비 인력의 병목 현상이 가열될 여지가 크다.
결국 캐나다가 산 것은 낡은 함정의 완벽한 수명이 아니라 차세대 함대가 배치될 때까지 감시 역량과 정비 인프라를 지키는 최소한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