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해군 전체 전투함대 293척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는 99척이 전 세계 바다로 전개하고 이 중 90척이 동시에 항해에 나서는 전례 없는 과부하 상태가 포착됐다.
특히 아라비아해에 항공모함 전단 2개가 이례적으로 집결하는 한편 서태평양과 남중국해에도 주요 수상함과 강습상륙함이 잇따라 전개되며 중동과 아시아 전구를 동시에 떠받치는 양상을 보인다.
항공모함 전단은 순양함과 구축함, 잠수함과 보급함까지 대규모 기동 전력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만큼, 특정 해역으로의 집중은 호위함과 탄약, 급유 수요를 급격히 늘려놓는다.
결과적으로 중동 해역에 전력이 집중될수록 긴급 상황에 즉각 투입할 수 있는 타 해역의 예비 전력이 크게 줄어드는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전력 집중이 부른 정비 연쇄 지연과 공급망의 경고
서태평양에서는 중국 해군의 세력 확장에 맞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상시 억제력을 유지해야 하지만, 중동 위기가 고조될수록 방공함과 항모 전력이 중동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작전 배치가 장기화되면 함정 레이더와 기관의 마모가 가속화되고 승조원의 피로도가 누적되며, 귀항 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정비 기간마저 계속 연장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예정된 정비 일정이 뒤로 밀리면 다음 작전에 투입될 함정이 제때 출항하지 못해, 바다에 남아 있는 함정의 임무 부담이 다시 가중되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단순한 함정 숫자보다 중요한 보급함의 한계도 드러나는데, 바다 한가운데서 연료와 탄약을 적시에 공급하지 못할 경우 전투함의 실질적인 작전 반경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작전 연장으로 승조원들의 교육과 전출 일정이 뒤흔들리면 숙련 인력의 이탈이 가속화되어, 신형 함정이 인도되더라도 운용할 사람이 부족해지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항모 항공단이 실전 임무를 길게 수행할수록 정밀유도무기와 함대공 미사일 재고가 빠르게 바닥나며, 방산 공장의 생산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전투력 손실로 직결된다.
아울러 정치적 제한으로 동맹국의 기지 사용권이나 기항 정비가 차질을 빚을 경우, 함정이 보급을 위해 훨씬 더 긴 거리를 왕복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이러한 중동 전력 집중과 서태평양의 전력 부재가 장기화될 경우 한반도 유사시 미 해군이 제공할 수 있는 증원 전력 선택지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숫자의 착시를 넘어선 실체적 검증 지표
향후 미 해군의 전력 운용 향방은 아라비아해에 집결한 2개 항모 전단의 교대 시점과 서태평양 상륙 전력의 유지 여부를 통해 명확히 가늠할 수 있다.
또한 정비를 위해 입항한 핵심 함정들이 서류상의 계획대로 복귀하는지, 아니면 추가 지연으로 정비창에 묶여 있는지를 정밀하게 관측해야 한다.
293척이라는 거대한 숫자 뒤에는 전 세계 수많은 바다를 동시에 방어하느라 한계치에 다다른 미 해군의 벅찬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결국 미 해군의 진정한 대응 능력은 서류상 함정 수가 아니라, 정밀한 작전 유지를 통해 몇 달간 일정한 준비태세를 지속할 수 있느냐로 증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