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 최북단 백령도 인근 해역의 전파 환경이 이례적인 침묵을 유지하면서 남북 접경 지대의 정밀 감시망 주변으로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다.
한국의 전파 관련 당국과 해경은 올해 들어 서해 접경 해역에서 북한의 GPS 전파교란 행위를 탐지하거나 관련 피해를 보고받은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특별한 도발 사건이 식별되지 않은 평온한 상태이지만, 군함과 어선이 뒤섞여 운항하는 접경 바다에서 항법 신호는 언제든 안보 위기로 직결될 수 있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눈에 보이는 폭발을 일으키지는 않는 전파교란은 장비의 위치 정보를 뒤틀어 선박과 항공기가 항로를 오인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 작용한다.
보이지 않는 전파 장벽, ‘보고 없음’이 안심 신호가 아닌 이유
북한은 과거에도 재래식 도발과 더불어 사이버 테러, 무인기 침투, GPS 교란을 교묘하게 섞어 남측의 경계 태세를 흔드는 저비용 고효율 전술을 구사해 왔다.
전술 전문가들은 최근 접경 지역에서 전파교란 신호가 포착되지 않은 사실을 두고 서해상의 긴장 완화나 북한의 능력 상실로 확대 해석하는 경향을 경계했다.
전파교란 기술은 특성상 정치적 필요나 군사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 갑자기 켜고 끌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의 성격을 강하게 나타냈다.
이에 따라 우리 군과 민간 전파 당국은 전파 신호가 조용할 때일수록 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하고 상시 감시 체계를 촘촘히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풀이된다.
실제 전파 장벽이 형성되는 비상 상황을 가정해 관성항법장치를 점검하고, 레이더와 지상 기준점, 전통적인 해도 감시 절차를 완벽히 숙달해 두어야 혼란을 줄인다.
민간 선박을 대상으로는 실시간 전파 이상 신고 체계를 반복적으로 정비하는 한편, 군 내부적으로는 교란 신호의 발사 원점을 즉각 추적하는 타격 절차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
백령도와 연평도 주변 해역은 군사적 대치 압박과 민간의 생업 조업 활동이 격렬하게 중첩되어 작은 오차가 대규모 해상 충돌로 번지기 쉬운 흐름을 보여준다.
조종사나 선장이 항적을 오인해 예민한 해상 경계선에 접근할 경우, 초기 대응 기동이 늦어지면서 자칫 예기치 못한 전면적인 군사적 대결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조용한 하늘이 던진 과제, 상시 백업 체계의 고도화
항법 신호에 이상이 생겼을 때 이것이 적의 의도적인 도발인지 아니면 순수한 장비 결함이나 기상 악화에 따른 간섭인지를 신속하게 구별해내는 초동 능력이 방어망의 성패를 가른다.
상대방이 불규칙하고 짧은 주기로 전파를 교란해 올 때 현장의 판단과 보고 체계가 동시적으로 백업되지 않으면 아군의 해상 경계선 수비 능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결국 서해 안보의 핵심은 거창한 전략 발표가 아니라, 평시에 군 감시망과 민간 신고망의 호환성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오차를 좁혀나가는 반복 점검에 있다고 분석된다.
지금의 조용한 신호 환경은 방심할 근거가 아니라, 예고 없이 찾아올 전파 마비 상황에 대비해 대체 항법 절차를 몸에 익혀둘 수 있는 마지막 준비 시간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