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양국이 공중과 해상의 연례적 교류 수준을 넘어 국방 분야의 핵심 미래 기술인 인공지능(AI) 협력을 의제화하며 국방 공조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양자회담을 열고 첨단 과학기술을 포함한 전반적인 국방교류협력 강화에 뜻을 모았다.
양측이 채택한 공동보도문에는 공군 블랙이글스와 일본 항공자위대 블루임펄스의 교류, 해군 수색구조훈련 발전과 함께 국방 AI 기술 협력에 대한 논의가 명시됐다.
이번 회담에서 언급된 전통적 성격의 군사 교류와 달리 AI 협력은 양국의 데이터와 지휘통제 체계가 긴밀하게 얽히는 민감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실무적 변화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친선 비행과 구조훈련을 넘어 데이터의 영역으로
겉보기에는 단순한 행사로 보이는 특수비행팀 간의 교류 뒤에는 군사적으로 기착과 급유, 비행 안전 관제 등 복잡한 실무 절차 조율이 뒤따른다.
실제로 지난 1월 대한민국 공군의 블랙이글스가 사우디아라비아 방산전시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일본 오키나와 나하 기지를 거쳐 급유 지원을 받은 선례가 존재한다.
당국은 급유 지원의 정례화 단계는 아니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으나 한 차례 확립된 현장 절차는 향후 유사한 협력 상황에서 중요한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이후 9년 만에 재개된 한일 해군 수색구조훈련(SAREX)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로 합의한 지점 역시 주목할 만한 대목으로 꼽힌다.
비전투 분야인 수색구조는 정치적 부담이 적은 편이지만 실질적인 기동을 위해서는 해상 통신망 연동과 표준 작전 절차, 구역 조율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양국 국방 장관이 이 훈련의 발전을 공언한 배경에는 동해와 남해를 비롯한 주변 해역에서 돌발적인 위기가 발생했을 때 현장 대응력을 함께 높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번 회담에서 새롭게 부각된 AI 협력은 감시자료 분석과 해상 표적 식별, 무인체계 통제, 사이버 방어를 아우르며 전통적인 장비 교류의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다.
두 나라가 이 분야를 공식 테이블에 올렸다는 사실은 눈에 보이는 무기 거래보다 군사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호환성을 맞추는 고도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안보 압박이 밀어붙인 첨단 공조, 남겨진 보안의 숙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 등 엄중해진 주변국 압박은 양국이 공중과 해상에서 상황을 조기에 공유하도록 밀어붙이고 있다.
다만 한국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일본과의 군사 협력에 대한 정서적 민감성을 고려해 공동보도문은 신뢰 증진이나 기술 논의 같은 완충된 단어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방 AI 협력이 구체화될 때 마주할 가장 큰 걸림돌은 양국 군이 서로 다른 데이터를 읽어내는 기술 표준을 맞추는 일과 민감 정보의 유출을 막는 보안 시스템 구축으로 요약된다.
향후 실무협의체를 통해 정보 공유 범위와 공동 운용 수준을 어떻게 제어하는지가 행사성 교류를 넘어 실제 운용체계를 조율해 나가는 국방 협력의 실제 속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