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열린 제주포럼 대담에서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짚으며 SK하이닉스의 장기적인 미래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목을 받았다.
최 회장은 AI 가 성장할수록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근거로 제시하며 단기 매매보다 시간을 두고 보유하는 편이 낫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다만 다음 달 주가 흐름은 자신도 모른다고 선을 그으며, 이번 발언이 구체적인 수익을 보장하거나 주식 매수를 권유하는 신호로 확대 해석되는 상황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단기간의 급격한 주가 급등락 가능성을 함께 언급한 이번 발언의 핵심은 단순한 주가 예측보다 AI 수요가 반도체 생태계와 국내 산업의 자금 흐름을 바꾸는 현상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풀이된다.
부품 공급을 넘어 ‘지능’을 수출하는 구조적 변혁
현재의 AI 기술 수준을 네 살 어린이에 비유한 최 회장은 데이터 학습과 추론량이 계속 늘어날수록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강력한 장기 수요 신호가 전달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수요 증가가 곧바로 이익 확대로 직결되지는 않기에 생산설비 확충에 드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 초기 수율 안정화와 조달 능력 등을 꼼꼼히 관리해야 한다는 과제도 공존한다.
이에 따라 반도체 칩을 납품하는 하드웨어 판매 방식에만 머무르지 말고 데이터센터, 연산 인프라, 응용서비스를 한데 묶어 고객에게 ‘컴퓨팅 용량’을 제공하는 서비스 모델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제품 출하 시점에 일회성 매출이 잡히는 하드웨어 거래와 달리, 컴퓨팅 서비스는 계약 기간과 가동 사용량에 따라 안정적인 반복 매출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강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건설비와 전력비, 냉각·통신망 인프라 구축 비용을 기업이 먼저 큰 규모로 부담해야 하기에 초기 가동률이 낮을 경우 고정비 부담이 커지는 위험도 함께 따른다.
성능에서 앞선 미국과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정면 대결을 벌이기보다 제조, 의료, 물류 등 기존에 운영 경험이 풍부한 산업별 응용서비스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국형 대형언어모델(LLM)이나 어플리케이션을 판매해 데이터 주권과 보안을 보장하는 ‘지능 수출’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인프라 확장 움직임은 반도체 제조사를 넘어 서버, 네트워크, 전력기기, 냉각장치 건설 등 산업 전반으로 연쇄적인 주문이 퍼져나가는 거대한 파급 효과를 이끌어낸다.
장기 생존을 가를 실적 지표와 조직 내부의 혁신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은 낙관적인 전망에만 기대기보다 AI 메모리 출하량과 평균판매가격, 설비 가동 시점, 데이터센터 매출 등 실제 실적 숫자가 주가를 뒷받침하는지 면밀히 확인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기업들도 AI 도입 목적을 단순한 자동화와 인력 감축을 통한 단기 비용 절감에만 두면, 새로운 가치 창출과 매출 확대를 이끌어낼 내부 역량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채용 시 대학 졸업장을 필수 요건으로 보지 않는 등 생각, 적응, 공감, 신체 기술이라는 미래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인력 선발과 교육 방식을 혁신하는 행보를 보인다.
결국 최 회장이 제시한 청사진은 단기적인 주가 예측을 위한 정답이라기보다, 반도체 호황으로 번 자금을 컴퓨팅과 지능 서비스의 지속 가능한 반복 매출로 전환할 수 있는지 묻는 산업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