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수요 둔화로 가동률 확보에 고심하던 국내 배터리 업계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대규모 전력망 구축 사업에서 거대한 신규 돌파구를 마련하며 수주 영토를 빠른 속도로 넓혀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적인 IT 대기업 구글이 추진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및 에너지저장장치 연계 사업인 미국 ‘스틸 리버 에너지센터’ 프로젝트에 수천억 원대 규모의 북미산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대량 공급한다.
오는 2029년 전체 단계 완공 및 가동을 목표로 하는 이번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초기 2GWh 수준의 물량을 우선 공급한 뒤 시장 상황에 발맞춰 누적 2.9GWh 규모까지 전력 공급 기반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
인공지능 모델 개발 경쟁의 가속화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테크 기업들의 연간 전력 사용량이 수십 퍼센트씩 폭등하면서, 이들의 전력망을 뒷받침할 초대형 저장장치 인프라 수주가 배터리 제조 업계의 확실한 활로로 부상했다.
북미 현지 공급망이 이끌어낸 초대형 전력 인프라 동맹
이번 사업은 구글과 미국 현지 독립발전사업자인 사이프레스 크릭 에너지가 아칸소주에 지을 에너지센터로, 전 단계 완공을 위해 35억 달러의 막대한 인프라 금융 조달까지 마친 대규모 장기 프로젝트로 파악된다.
공급을 맡은 배터리는 미국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리튬인산철 기반의 에너지저장장치 전용 시스템 ‘JF2 DC Link’ 제품으로, 북미 내에서 탄탄한 핵심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발주처의 요구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글로벌 발전 설비 시장에서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보다 장기간의 사용 수명과 뛰어난 안정성, 그리고 대규모 물량을 납기일에 맞춰 납품할 수 있는 공급 역량이 계약 체결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중국산 배터리와 부품에 대한 미국 시장 내 규제가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현지 생산 기지와 안정적인 조달망을 보유한 배터리 공급사가 다가오는 수급 협상에서 한층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시간 홀랜드, 오하이오 L-H 배터리, 테네시 얼티엄셀즈, 캐나다 넥스트스타 등 북미 4개 거점을 조기 가동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은 연내 랜싱 공장까지 추가 가동하며 강력한 생산 네트워크를 다져가고 있다.
회사는 올해 글로벌 전체 에너지저장장치 생산 능력을 60GWh 이상으로 늘리고 이 가운데 북미 현지에만 50GWh 규모의 대형 설비를 배치해, 전체 역량의 80% 이상을 미국 시장 수요에 밀착 집중시키는 고율의 구조를 확립했다.
지난 5월 진행된 미국 디트로이트 지역 데이터센터 공급 계약에 이어 이번 대규모 수주까지 잇달아 성공시키면서, 일회적인 납품에 그치지 않고 핵심 전력 구매 고객층을 북미 시장에 확실하게 묶어두는 선순환 고리를 완성했다.
단순한 개별 부품 단위 조달 구조를 넘어 친환경 태양광 발전과 전력 저장 장치, 장기 전력 구매 계약이 촘촘히 엮여 들어가는 미국의 핵심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생태계 내부에 주도적인 파트너로 완벽히 뿌리를 내렸다.
장기 가동률 확보와 수익성 반등을 위한 향후 핵심 과제
다만 수천억 원 수준으로 거론되는 수주 규모는 통상 업계 추정치에 해당하므로, 2029년 완공 시점까지 단계별로 이루어질 제품 공급과 실제 출하 검수 과정을 지켜보며 매출로 인식되는 속도를 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아울러 미국 시장 내 중국산 진입 장벽에 따른 반사이익에만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경쟁사들의 현지 대규모 증설 속에서 밀려올 단가 인하 공세에 대응해 실질적인 제조 이익률을 방어할 고도의 원가 절감 기술이 동시에 요구된다.
미국 현지에서 공장을 안정화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인건비와 설비 투자 비용, 그리고 초기 불량률 제어를 위한 램프업 비용 등 단기적인 마진 압박 요인들을 정밀하게 통제해야만 장기 실적 성장의 과실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결국 인공지능 혁신이 반도체를 넘어 전력과 배터리 공급 지도를 송두리째 흔드는 거대한 전환기 속에서, 현지 생산 라인의 기계적인 유휴 상태를 최소화하고 연속 수주 실적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실질적인 운영 능력이 최종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