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차역 주변을 걷다 보면 마주치게 되는 노숙인들에게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공 일자리 사업이 올해도 전국 각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소식이다.
한국철도공사는 전국 13개 역에서 노숙인 110명에게 역광장 환경미화와 계도 업무를 맡기는 2026년도 노숙인 일자리 협력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는 유동 인구가 많은 인천 부평역과 성남 서현역이 새로 추가되었으며, 참여자들은 앞으로 6개월 동안 하루 3시간, 월 60시간씩 근무하게 된다.
이번 사업은 코레일이 일거리와 비용을 대고 지자체가 주거와 자활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노숙인지원센터가 운영을 맡는 협력 구조로 짜여 있다.
하루 3시간의 출근길, 소외된 이들을 사회와 다시 연결하는 법
하루 3시간이라는 근무 시간은 생계 전체를 해결하기에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불규칙했던 일상에 일정한 생활 리듬을 채워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클 수 있다.
특히 철도역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이 직접 환경을 정비하고 다른 노숙인을 계도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사회적 관계를 자연스럽게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공공공간인 역광장의 청결과 안전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도시 관리 측면의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코레일은 지난 2012년부터 이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총 1천400명의 노숙인에게 906개의 일자리를 제공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적 참여자 중 약 33.4%가 코레일 계열사나 지자체 공공근로 등으로 다시 취업하는 성과를 거두었는데, 이는 세 명 중 한 명꼴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일반 구직자보다 주거나 신용 등에서 취약한 노숙인의 여건을 감안할 때, 이러한 재취업률은 공공 일자가 다음 단계로 가는 디딤돌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다만 6개월의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고용이 지속될 수 있는지, 혹은 다시 거리로 돌아가는 부작용은 없는지 파악할 정밀한 추적 지표가 보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보여주기식 인력 활용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일자리 제공과 더불어 참여자들의 건강 관리와 심층 상담이 입체적으로 수반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단순한 지원금을 넘어 사회적 안전망의 두께를 넓히는 전환점
본 사업의 핵심적인 경제적 가치는 취약계층을 대규모로 고용하는 데 있기보다 이들이 노동시장 밖으로 완전히 밀려나지 않도록 붙잡아 두는 데 있다.
단기 일자리 자체만으로는 완벽한 자활을 이루기 어렵기에 주거 지원과 교육, 고용 연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지속적인 설계가 요구된다.
공기업이 보유한 현장 인프라와 지자체의 복지 자원을 효과적으로 결합할 때 공공 일자리는 일시적인 보조금을 넘어 든든한 회복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숫자가 주는 성과에 안주하기보다 사회적 전환 비용을 어떻게 분담하고 연결 고리를 단단하게 유지할지 고민하는 것이 장기적인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