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시민의 식수를 책임지던 동복댐이 국가 소유로 넘어갈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눈길을 끌고 있다.
반도체 공장 하나가 하루에 쏟아붓는 물의 양이 웬만한 도시 상수도 수준이라는 사실, 알고 있었을까.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가시화되면서 정부가 꺼내 든 카드가 바로 동복댐 국유화 카드다.
반도체 공장은 물을 얼마나 마실까
첨단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멈추지 않고 가동된다. 그런데 이 공장이 쉬지 않고 소비하는 것이 전기만이 아니다.
웨이퍼 한 장을 씻고, 깎고, 다시 씻는 수백 번의 공정마다 엄청난 양의 물이 쓰인다.
특히 초순수(UPW·불순물을 극한까지 제거한 고순도 물)를 1세제곱미터 만들기 위해서는 최대 4세제곱미터의 원수가 필요하다고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WI)가 분석했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해지고 생산량이 늘수록 물 소비는 더 가파르게 늘어나는 구조다. 업계에서 ‘반도체 산업의 쌀은 물’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복댐이 국가 손으로 넘어가는 이유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 공급 방안으로 꺼내 든 카드가 동복댐 국유화다.
화순군 이서면에 자리한 동복댐은 광주와 화순 등 지역의 주 상수원으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소유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 댐을 국가 소유 다목적 댐으로 전환하고, 댐 높이를 높이는 증고 작업을 통해 기존 여유량 5만 톤에 더해 25만 톤을 추가로 확보해 동복댐에서만 하루 30만 톤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주암댐·장흥댐 여유수량 산업용 전환, 보성강댐 발전용수 일부의 공업용수 전환, 나주댐 농업용수 재배치, 광주 하수처리장 재이용수까지 통합하면 전체 최종 목표는 하루 65만 톤에 달한다.
소유권 이전 보상 및 수리권 보장은 추가 협의 과제로 남아 있다.
국가가 직접 나서면 공사 기간이 크게 줄어든다
속도가 관건이다. 광주시가 단독으로 동복댐 증고를 추진하면 약 10년이 걸린다.
지방정부 주도일 경우 중앙정부 허락, 예산 분담, 지자체 위원회 통과 등 복잡한 절차를 모두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한양대 박재근 교수는 국가 주도로 전환하면 이 절차를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 검토 결과, 국가 다목적 댐으로 전환하면 공사 기간이 3년 11개월로 단축된다.
6년 이상을 버는 셈이다.
2028년 1단계로는 동복댐 기존 여유량 5만 톤과 주암댐·보성강댐(발전용수 일부 공업용수 전환 포함) 15만 톤을 합쳐 하루 20만 톤을 우선 확보한다는 구상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증고 공사 완료 이전에도 공급을 시작하겠다는 포석이다.
2040년 전국 하루 공업용수 수요가 반도체 산단 급증으로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후부는 수요 전망치를 30여만 톤 상향 수정할 만큼 수요 증가 속도가 빠르다.
물 한 방울이 반도체 패권을 가른다
결국 동복댐 국유화 추진의 진짜 의미는 이것이다. 반도체 공장은 전력과 물이 한순간이라도 끊기면 생산라인 전체가 멈추고 재가동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용수 확보는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의 전제 조건이지, 부수 조건이 아니다.
성균관대 권석준 교수도 전력과 용수 확보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냉각수 수요도 급증할 가능성에 대비해 수자원 재활용·폐수 처리·대체 냉각 기술 등 중장기 수처리 역량 강화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전남이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물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 동복댐 하나를 둘러싼 소유권 논의가 호남 산업의 미래를 가를 수 있는 이유다.
물 확보 없이 반도체 클러스터는 없다. 댐 하나를 국가로 넘기는 협상이 사실상 호남 반도체 시대의 개막을 여는 첫 단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