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도, 병문안도 뭐든지 ‘반반’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는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한 남편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8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아내의 합리적인 면에 반해 결혼한 남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되었다.

A씨는 “연애 시절에는 장점으로 여겨졌던 게 결혼하고 나니 단점이 되기도 하더라. 이럴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아내와 생활비도 각자 부담했고 어쩌다 외식이라도 하면 무조건 반반씩 냈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아이도 갖고 싶었지만 이를 아내에게 말하니 “누군가 양육 책임을 떠맡게 되는 게 싫다”며 거부했다. 아내의 말에 A씨는 내심 서운했지만 아내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에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난 설 명절에 보았던 아내의 행동은 몹시 실망스러웠다. 당시는 A씨의 아버지가 병환이 깊어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A씨는 아내와 함께 아버지를 보러 병원에 갔다.

몇 시간 뒤 아내는 쪽지 하나를 내밀었다. 쪽지를 펼쳐보니 그 안에는 ‘병원에 5시간 있었으니 친정집에도 그만큼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는 “그걸 본 순간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저희는 크게 싸우고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했다”며 “이혼 얘기를 꺼내자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재산 분할을 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A씨는 “저는 아내의 재산도 모르고, 이에 대해 간섭한 적도 없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본인이 지금까지 철저히 나눠서 살아왔으면서 왜 재산 분할을 해 달라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사연을 접한 김소연 변호사는 “아버지가 위독하신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계산적으로 나온다면 마음이 크게 상할 수밖에 없겠다”며 “그러나 말씀하신 상황만으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결혼 생활 내내 손해를 안 보려 하는 아내 때문에 서운하던 와중 해당 사건이 결정타가 되었던 것 같다”며 “그동안 배우자로부터 당했던 부당한 대우들을 다시 정리해보시고 이를 토대로 이혼 청구를 하시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A씨의 상황에서는 지금까지 수입을 각자 관리해왔으므로, 협의이혼이나 조정이혼이 이루어질 경우 각자의 재산은 각자가 가져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만약 아내가 소송으로 재산 분할을 청구한다면 “재산분할은 부부공동재산을 분할하는 것이므로 공동재산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없다면 재산분할 청구가 기각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반반 결혼’ 많아지자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

젊은 층에서 주택자금, 생활비, 대출 이자 등을 공평하게 반씩 나눠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문제들도 생겨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이의 성(姓)을 둘러싼 문제다.

최근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반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부 B씨의 고민 글이 올라왔다.

B씨는 “아이는 10개월 동안 제가 품고 있어야 하지 않냐. 그렇다면 아이 성은 제 성을 주고 싶다. 그게 공평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B씨의 남편은 “나도 기여한 바(정자)가 있는데 몇천만 원이라도 돈을 더 들고 올 테니 내 성으로 하자”고 맞서고 있다고 한다.

유튜브에는 ‘2034년 반반 결혼’이라는 제목으로 반반 결혼을 풍자하는 영상이 게재되어 있다.

10년 뒤 미래에서 펼쳐지는 극단적인 반반 결혼 생활을 유머로 풀어낸 것인데, 이곳에서는 각자 먹은 그릇 설거지를 각자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함께 사용한 냄비는 정확히 절반씩 나누어서 설거지를 한다.

해당 영상은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수 65만 회를 돌파했으며, 공개 후 2개월이 지난 지금은 조회수 86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반반 결혼과 관련해 “여성들의 평균 임금이 남성의 70% 수준에 그치는 현 상황에서 반반 결혼은 무리다”라는 의견이 많다.

또 한편으로는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결혼할 때 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건 불공평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여성의 경제 활동이 증가하고 개인 중심의 가치관이 발달하면서 ‘반반 결혼’이 트렌드가 되었지만, 아직은 나아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럴 줄은 꿈에도 몰랐다!”..뭐든지 ‘반반’ 하자는 아내,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