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센터 매각 결정
미국 투자와 대조적 행보
철수설 고개 드는 상황

‘신차는 없다, 센터는 판다.’ 불길한 징조는 한두 개가 아니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지탱하던 축 중 하나였던 한국GM이 최근 발표한 일련의 조치들은 그야말로 ‘철수 전조’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불안감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는 조짐들 때문이다.
지난 28일, 한국GM은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인천 부평2공장 내 유휴 자산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겉으로는 “운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업계 안팎에선 미국 GM 본사의 행보와 맞물려 국내 사업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효율화 명목 아래 진행된 ‘조용한 해체’

한국GM은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관련 이해관계자들과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평공장 유휴부지 매각 역시 노조 등과의 협의 과정을 거치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들은 이미 가동을 멈춘 부평2공장을 둘러싸고 이뤄진 것이다. 2022년 이후 말리부 등 중형 세단 생산이 중단된 이 공장은 사실상 멈춰 선 상태였다.
여기에 직영 서비스센터는 적자 운영이라는 이유로 순차적 매각이 예고됐다. 사측은 “전국 386개 협력 정비센터를 통해 서비스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직영보다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더구나 이러한 결정은 임금협상 상견례를 앞두고 노조 측에 사전 통보 없이 이뤄졌다. 안규백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지부장은 “사측이 협상 직전에 이런 발표를 한 건 사실상 선전포고와 다름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투자 줄이는 한국, 돈 푸는 미국

같은 날, 미국 뉴욕에서는 정반대의 발표가 있었다. GM이 무려 1조2000억원을 투입해 버팔로 토나완다 엔진 공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6세대 V8 엔진 생산 확대를 위한 결정이었다.
이는 전동화 전환이 주춤한 상황에서 내연기관차 수요에 다시 집중하겠다는 전략 변화로 풀이된다. GM은 앞서 이 공장에 전기차 구동장치 생산을 위한 4000억원대 투자를 예고했지만, 이를 철회하고 내연기관 확대에 방향을 튼 것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GM은 이미 한국GM의 90% 이상 생산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며 “관세 등의 이유로 미국 내 생산 가치가 더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 공장의 필요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제든 철수할 수 있다’는 기억

한편 GM은 과거에도 수익성이 악화된 해외 사업장에서는 과감한 철수를 단행해 왔다. 2013년 호주, 2015년 인도네시아와 태국, 2017년 유럽과 인도 등 잇따른 철수의 역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국내에선 이미 2019년 군산공장 철수라는 전례도 있다.
이번 부평공장과 서비스센터 매각도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닌, 글로벌 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보는 시선이 늘고 있다. GM은 미국 내 고용을 창출하며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에는 그 반대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한국GM의 철수설은 여전히 ‘설’에 불과하지만, ‘현실로 바뀌는 중’이라는 냉소적인 평가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지금 같은 기조가 이어진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더 이상 시나리오로만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실업자 되봐야 직장의 소중함을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