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연방항소법원이 의회 승인 절차 없이 추진되던 4억 달러 규모의 백악관 무도회장 지상부 공사를 전격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리며 제동을 걸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시설에 지하 벙커와 병원, 비밀 군사시설이 포함된 중대한 안보 사업이라며 법원의 결정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판결은 사업 전체의 취소가 아니며 지상 무도회장 공사만 멈추고 지하 벙커와 군사 및 의료시설 건립은 계속 이어가도록 명확히 선을 그었다.
행정부가 의회의 명시적인 동의를 거치지 않고 백악관 구조를 어디까지 변경할 수 있는지를 두고 사법부와 행정부 간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졌다.
거대 무도회장 규모와 의회 승인 권한의 충돌

지상 무도회장은 지난해 트럼프 지시로 철거된 백악관 동관 자리에 들어설 예정이며, 백악관 구조를 70여 년 만에 가장 크게 바꾸는 대규모 공사로 꼽힌다.
계획된 건축 면적은 9만 제곱피트(약 8천400㎡)에 달하며 999명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로 지상부 골조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재판부는 거대한 연회장을 새로 지을지 여부는 의회가 결정할 일이며 행정부가 스스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소송을 낸 역사보존단체 내셔널트러스트는 백악관 같은 상징적인 역사 공간에 대해 일반 시민이 의견을 표명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은 시설 건립의 필요성 자체를 따지기보다 국가적 건축 사업을 승인하는 헌법적 권한과 합법적인 행정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
공사를 강행한 뒤 사후 승인을 받는 방식이 관례로 굳어질 경우 기정사실화로 인해 의회의 예산 심의와 결정 권한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
항소법원은 행정부가 연방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도록 판결의 효력을 2주간 정지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지난 4월 16일 지방법원이 내린 지상 공사 중단 결정을 항소법원이 그대로 유지하면서 백악관 공사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국면을 맞이했다.
안보 명분과 자금 출처를 둘러싼 공방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과 부유층의 기부금과 자비로 재원을 충당해 의회 승인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지난 5월 의회에 10억 달러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
민주당은 감세법에 편성된 보안 예산 3억 5천만 달러 중 일부가 전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공공 자금의 실제 전용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변호인단은 미사일과 드론 공격 방어 시설이 포함됐다고 강조했으나 역사보존단체는 연회장 부재가 안보 비상사태는 아니라며 팽팽하게 맞서는 양상을 나타냈다.
국가수도계획위원회의 승인과 별개로 의회의 헌법상 권한을 확인한 이번 판결은 안보라는 명분이 모든 법적 절차를 면제할 수는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