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명령 대놓고 무시?”…트럼프 호통에도 650억 계약 쏴버린 美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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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항모에서 이륙하는 함재기
트럼프·항모 합성 AI 재연 / 출처 : 더위드카 AI 제작(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항모의 증기식 사출기 전환을 요구한 가운데 디펜스뉴스는 23일 미 해군이 전자기식 발사체계인 EMALS 부품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발주도 잇따랐다. 카토 엔지니어링은 EMALS의 에너지 저장 하위체계를 지원하는 4,93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발표했다. 해군은 재순환 펌프 등 관련 부품 공급 업체 공고도 냈다.

이러한 계약과 공고는 포드급 항모의 EMALS 조달과 운용망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군이 대통령 방침을 거부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가동 중인 전자기식 부품 공급 체계는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대통령의 설계 변경 검토 지시와 조선 현장의 조달 일정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셈이다. 이 같은 엇갈림의 배경에는 백악관의 지시 성격과 실제 항모 건조 공정이 지닌 시간차가 자리 잡고 있다.

81번함 전환 요구와 20년간 단절된 증기식 공급망의 재구축 부담

미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의 전자기식 사출 장치
포드함의 전자기식 사출 장치 / 출처 : DVIDS·U.S. Navy(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 요구한 내용은 항모 81번함 도리스 밀러의 EMALS와 첨단 무기 승강기를 증기·유압 방식으로 바꿀 때 필요한 조치와 일정, 자원 계획을 해군이 제출하라는 지시였다.

이는 즉각 선체를 다시 설계하라는 최종 건조 명령과는 단계가 다르다. 하지만 포드급 항모가 전자기식 사출기를 전제로 내부 전력과 기계 체계를 구축했기에 전환 계획 수립 자체부터 간단치 않다.

백악관은 신기술 도입에 따른 비용 상승과 건조 지연을 핵심 문제로 꼽았다. 백악관 각서는 복잡한 설계와 잦은 변경 절차가 조선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고 지적하며 일정 관리 문제를 제기했다.

사출기는 함재기가 갑판 끝을 지나 이륙하도록 짧은 거리에서 밀어내는 장치다. 과거 오랫동안 쓰인 증기식과 달리 EMALS는 전자기력을 사용해 항공기 발사 가속을 훨씬 정밀하게 조절한다.

미 항공모함 니미츠함의 증기식 사출 장치 시험
니미츠함의 증기식 사출 장치 / 출처 : DVIDS·U.S. Navy(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해군은 EMALS가 가벼운 무인기부터 무거운 전투기까지 유연하게 대응하고 재설정 시간을 줄여 정비 인력 부담을 덜어준다고 설명해 왔다. 앞으로 항모에 실릴 항공기 기종의 다양성과도 직결된다.

하지만 이미 진행 중인 건조 체계를 증기식으로 되돌리는 비용은 가볍지 않다. 미 해군은 마지막 니미츠급 항모 이후 약 20년 동안 새 증기식 사출기를 주문하지 않아 생산 기반이 사실상 단절됐다.

증기식으로 복귀하려면 협력 업체를 다시 모으고 포드급 선체 설계를 증기관과 유압 장치에 맞춰 전면 수정해야 한다. 갑판 아래 공간 배치는 물론 전력과 보조 설비 전반의 대대적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결국 구축해 온 신기술 조달망을 끊어낼 것인지, 사라진 과거 제작 능력을 다시 세울 것인지의 선택이다. 이미 공급망이 무너진 과거 기술로의 복귀는 막대한 추가 비용과 공기 지연을 부를 수 있다.

운용 함정 부품 조달의 지속과 81번함 최종 표준 결정의 변수

2024년 제럴드 R. 포드함에서 발진하는 F/A-18E 전투기
포드함에서 발진하는 F/A-18E / 출처 : DVIDS·U.S. Navy(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EMALS는 기존 증기식과 완전히 다른 정비 체계를 요구하며 신기술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미 전문 부품 계약과 인력이 짜인 상태에서 방향을 틀면 과거 기술의 제작 능력 복구라는 짐을 지게 된다.

정치적 지시와 현장 조달의 시간표는 다르게 움직인다. 백악관이 전환 방안 검토를 지시해도 이미 건조되거나 바다에서 운용 중인 함정들의 가동률을 유지하려면 부품 지원이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4,930만 달러 계약과 부품 공고 역시 함정 운용을 지탱하기 위한 사업적 연속성을 보여준다. 검토 지시와 별개로 일선 함정 지원을 이어가며 81번함의 최종 표준은 향후 별도로 결정된다.

도리스 밀러함의 핵심은 특정 장비에 대한 익숙함이 아니다. 설계를 바꾸는 데 들어갈 막대한 비용과 시간 탓에 미 해군의 차기 항모 전력 확보 일정이 얼마나 지연될지가 가장 결정적인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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