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바보 되는 시나리오 터졌다”…김정은이 트럼프와 다시 만나려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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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김정은이 마주한 회담 구도
트럼프·김정은의 가상 회담 AI 재연 / 출처 : 더위드카 AI 제작(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시드니 사일러 연구원은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 가능성과 북한의 핵 포기는 완전히 다른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사일러는 북한이 핵무력을 계속 증강하면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른바 ‘제2 병진’을 꾀할 수 있다고 봤다. 공식 국가전략 명칭은 아니지만 대화 의도를 짚은 해석이다.

사일러의 분석은 과거 2005년 9·19 공동성명으로 시계를 돌린다. 당시 북한은 비핵화를 약속했고 참가국들은 안전보장과 관계 정상화, 경제와 에너지 지원을 단계적으로 제공하기로 합의했었다.

2007년 후속 합의를 통해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같은 가시적 조치도 실제로 나왔다. 하지만 2008년 우라늄 농축 신고와 검증 문제에서 협상이 멈춰 서며 단계적 보상 설계의 한계를 드러냈다.

핵보유 현실을 앞세운 새 병진 구상과 회담 성사 뒤의 감축 한계

2018년 싱가포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은
2018년 싱가포르 회담의 트럼프와 김정은 / 출처 : Wikimedia Commons·The White House(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지금의 북한은 과거 협상 때와 다른 위치에 서 있다. 사일러는 2017년 장거리미사일 시험 이후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 현실을 전제로 외교적 지위를 얻어내려는 쪽으로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과거의 병진이 핵과 경제의 동시 발전을 뜻했다면 새 병진은 핵력 증강을 이어가며 핵보유를 용인할 상대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구상이다. 즉 핵을 포기하지 않은 채 외교를 펴는 셈법이다.

이 구도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된다. 북한은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서는 상징적 장면만으로 외교적 가치를 챙기고 사실상 핵보유국의 입지를 대외에 굳히려 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핵을 공식 인정하지 않은 채 한반도 긴장을 관리하고 대화의 통로를 열어두려 할 수 있다. 두 지도자가 한 테이블에 마주 앉더라도 각자 부여하는 의미와 노림수는 완전히 엇갈린다.

2019년 하노이 회담 만찬장의 트럼프와 김정은
2019년 하노이 만찬장의 트럼프와 김정은 / 출처 : Wikimedia Commons·The White House(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일러는 북한이 회담 성사를 위해 비핵화 요구 철회를 공식 사전조건으로 끝까지 고집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만남 자체를 가로막는 초기 문턱을 낮춰 대화 판을 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 역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면서 표현 방식이나 대화 의제의 순서를 유연하게 조절할 여지가 있다. 이러한 상호 유연성은 정상 간의 회담 자체를 성사시키는 현실적인 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연성이 정상 간 만남을 이끌어낼 수는 있어도 실제 핵탄두 수량이나 생산 시설을 줄이는 합의까지 보장하진 않는다. 대화의 성사와 실질적인 핵 감축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북한은 회담을 지렛대 삼아 제재 완화나 안전보장을 노리겠지만 미국이 내줄 수 있는 조치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정상 간 대화가 국제 제재와 검증 기구의 법적 절차를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상 간 만남과 핵보유 승인의 분리 및 검증 가능한 통제 기준

2019년 판문점에서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
2019년 판문점에서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 / 출처 : Wikimedia Commons·The White House(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한국의 입장에서 중요한 대목은 정상 간의 만남과 상대 핵의 공식 인정을 분리해 바라보는 일이다. 회담 자체는 승인 없이도 열릴 수 있지만 핵보유 인정은 동맹에 막대한 안보 부담을 안긴다.

워싱턴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면 한미 비핵화 정책과 억제 체계 전반에 구조적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사일러 연구원 역시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는 조치가 부를 부담을 지적했다.

과거 6자회담에서도 원칙적 합의와 프로그램 확인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었다. 사일러는 2008년 6월 북한의 신고 누락과 검증 거부를 짚으며 신고 없는 선언은 비핵화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결국 제2 병진 분석의 핵심은 정상 간의 악수 뒤에 남겨진 핵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데 있다. 회담의 성패를 가를 기준은 만남 자체가 아니라 핵 활동을 묶는 검증 가능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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