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방위성이 2027회계연도 방위비로 역대 최대치인 8조8900억 엔을 요구하며 장거리 타격 수단을 바닷속과 무인 체계까지 넓히는 대대적인 전력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이번 요구안은 정부 차원의 초기 제안으로 의회 심의와 본계약을 거치기 전 단계인 만큼 당장 무기 구매나 실전 배치가 확정된 상태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눈에 띄는 변화는 단순한 액수 확대를 넘어 기존 전투기와 수상함에 쏠려 있던 원거리 공격 역량을 잠수함발사 유도탄과 무인잠수정용 타격 모듈로 분산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은밀성이 높은 수중 플랫폼은 적의 감시망을 피하기 유리하지만 표적 갱신과 발사 후 유지보수가 까다로워 작전 운용 개념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중 은밀 타격과 무인 감시망이 마주한 기술적 과제

방공망 제압용 유도탄 AARGM-ER와 잠수함발사 미사일을 함께 반영한 조치는 표적의 성격과 작전 환경에 맞춰 다양한 발사 수단을 유기적으로 나누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체공형 무인기 MQ-9B 17대와 요격 드론 확보 계획은 감시망을 넓혀주지만, 서로 다른 센서가 포착한 표적을 하나의 통합 지휘망에서 매끄럽게 처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겼다.
일본은 반격 능력을 억제와 방어의 수단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위치를 파악하기 힘든 수중 발사 전력의 증강은 위기 시 주변국의 대응 판단 시간을 크게 줄여놓을 수 있다.
적의 레이더 기지와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AARGM-ER는 장거리 타격에 앞서 방어망을 허물 핵심 전력으로 검토되고 있으나 탑재 기종과 구체적 도입 일정은 여전히 미정이다.

장기 체공 무인기가 늘어날수록 위성 통신 대역과 지상 통제소, 영상 분석 인력이 필수적이므로 정보 처리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작전 효율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잠수함발사 유도탄은 기습 공격에 유리한 반면 잠수함이 위치를 들키지 않고 실시간 발사 승인을 받는 정밀한 수중 지휘 체계가 함께 구축되어야 비로소 위력을 발휘한다.
무인잠수정용 타격 모듈 역시 거친 바다에서 장시간 기동하며 원격 명령을 안전하게 수신하고, 오작동이나 통제 상실을 방지할 엄격한 안전 절차를 실증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무인 플랫폼에 무장을 얹는 과정에서 통신 두절 시 작전 지속 여부와 인간의 최종 승인 책임 범위를 정하는 교전 규칙의 정립도 기술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예산 심의 문턱과 인프라·인력 확보에 걸린 현실적 한계

8조8900억 엔이라는 요구액은 재무당국의 심의에서 깎일 수 있으며, 사업이 승인되더라도 개발과 시험, 최종 인도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남서제도 기지 보강과 탄약고 신설 등 기반 시설 예산의 배분 추이를 함께 살펴야만 장거리 무기 도입이 이끄는 군사적 무게중심의 실질적인 이동 경로를 가늠할 수 있다.
해외 도입 무기의 정비와 탄약 보충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국내 제조 기반을 다져야 하며, 엔화 가치 변동에 따른 구매력 저하 위험도 면밀히 관리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첨단 함정과 무인기를 다룰 운용 인력과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막대한 예산을 들인 첨단 장비도 부두와 격납고에 묶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