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해군이 중동 분쟁 장기화에 대응해 항공모함 전단의 작전 전개 기간을 대폭 늘리며 전력 유지에 돌입했다. 포드함이 326일의 기록적인 항해를 마친 데 이어 링컨함 역시 300일을 넘길 조짐을 보인다.
지난해 10월 이후 미군 항모전단의 평균 전개 기간은 8.5개월까지 늘어났으며 루스벨트함 승조원 가족들 역시 최대 8개월에 달하는 장기 파견 계획을 전달받고 생활 일정 조율에 나섰다.
군 지휘부는 잦은 일정 연장 통보로 가족들의 주거와 육아 계획이 꼬이는 혼선을 막기 위해 처음부터 긴 작전 기간을 사전에 예고하는 방식으로 지침을 전환하며 내부 동요를 최소화하고 있다.
포드함이 중간 기항을 거친 반면 링컨함은 8개월 반 동안 기항 없이 임무를 강행해 피로가 누적됐다. 연속 출격과 밀폐 생활이 이어지며 해상 임무 피로도는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 작전이 불러온 전력 공백과 정비 체계의 병목

이란과의 대치 국면에서 미국은 아라비아해에 항모를 상시 배치하며 정밀 공습과 해상 봉쇄를 수행해 왔다. 그러나 후속 함정이 제때 도착하지 못하면서 기존 전단의 귀항이 연쇄적으로 밀려났다.
바다 위에서 기본적인 유류와 탄약 보급은 가능하지만 원자로와 비행갑판, 탑재 항공기의 정밀 정비는 한계가 따른다. 무리한 해상 체류는 모항 복귀 이후 거쳐야 할 오버홀 기간을 크게 늘려놓는다.
중동 해역에 전력이 장기간 묶이면서 서태평양 훈련이나 대중국 억제 임무에 투입할 미군의 가용 자산도 줄어들었다. 항모 숫자가 유지되더라도 작전 회전율이 떨어져 글로벌 대응력에 부담이 가중된다.
이번 전개 지연은 중동 사태뿐 아니라 홍해 상선 공격 대응과 지중해 및 카리브해 작전 소요가 동시에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세계 각지에서 터져 나오는 안보 수요가 미 해군의 일정을 압박하고 있다.

항모 순환 주기는 출항과 작전, 정비, 훈련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므로 특정 단계를 임의로 건너뛸 수 없다. 필수 정비를 미루지 못하는 구조 탓에 후속 부대의 훈련 축소나 해역 공백이 발생한다.
함재기 부대 역시 고온과 염분이 가득한 가혹한 해양 환경에서 연일 출격하며 기체 피로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전투기 엔진과 착륙 장치의 점검 주기가 빨라져 함정이 복귀해도 재출격 준비가 지연된다.
해상 군수지원망은 장기 배치를 지탱하는 핵심 축이지만 중간 기항지가 제한될수록 보급선의 항해 거리가 길어진다. 연료와 탄약 수송 부담이 가중되면서 보급선 호위를 위한 추가 전력 투입이 요구된다.
장기 파견이 거듭되면 숙련된 정비사와 승조원들의 군 이탈이 늘어나 숙련도 저하라는 심각한 문제를 부른다. 신규 인력을 훈련하고 현장에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상당한 전력 공백이 발생할 우려를 낳는다.
막대한 전비 부담과 글로벌 해상 작전의 분기점

항모는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고 방공 구축함과 공격 잠수함이 한 몸처럼 호위 진형을 이뤄 작전을 펼친다. 주변 호위 전력의 정비와 보급 상태가 함께 뒷받침되지 않으면 항모 단독 출항은 불가능하다.
미 해군은 2026회계연도 작전 소모 비용을 메우기 위해 60억에서 80억 달러 규모의 국방 보충예산 편성을 요청했다. 이는 유류대뿐 아니라 장기 배치로 망가진 정비망과 군수 체계를 복구하는 데 쓰인다.
향후 미 해군 전력 운용의 핵심 분기점은 루스벨트함의 실제 전개 기간과 링컨함의 복귀 후 오버홀 완료 시점으로 압축된다. 두 함정의 수리와 재정비 일정이 얼마나 순조롭게 진행되는지에 성패가 달렸다.
중동 해역에 전력을 쏟아부은 여파는 정비 일정 지연과 맞물려 내년도 태평양 항모 가용 일수 축소로 직결될 전망이다. 무리한 장기 전개는 전 세계 해양 안보 지형 전반에 걸쳐 적잖은 후폭풍을 예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