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부하를 잊지 못했다”…강릉 작전 중대장의 30년 만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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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 치는 해안 산등성이 위를 탐조등을 켜고 낮게 도는 한국군 헬기와 뒷모습의 수색 장병, 하늘의 태극기
비바람 속 산등성이를 수색하는 헬기와 장병들 / 출처 : 더위드카 AI 제작(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이상호 전 중대장이 김종연 사단장에게 부하였던 강정영 병장의 추모식을 제안했다. 강릉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 3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 육군11기동사단에서 행사가 열렸다.

추모식에는 강 병장의 부모와 이 전 중대장이 참석했다. 부모는 아들이 복무했던 부대를 찾아 전남 여수에서 강원 홍천까지 왔다. 당시 중대를 지휘했던 이상호도 함께 고인을 기렸다.

이 전 중대장은 헬기 소리만 들어도 총상을 입고 쓰러진 부하와 교전 현장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매년 9월이면 불면과 식은땀이 되살아났고, 때로는 술에 의지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인 PTSD 진단을 받은 것은 지난해였다. 이 전 중대장은 30년 전 작전이 자신에게 큰 정신적 고통으로 남았다고 설명했다.

칠성산 교전 전사와 30년간 묻어둔 지휘관의 상흔

산악 지형에서 수색을 벌이는 군 장병
산악 지형에서 수색을 벌이는 군 장병 AI 재연 / 출처 : 더위드카 AI 제작(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건은 1996년 9월 18일 북한 잠수함이 강릉 앞바다에서 좌초하면서 시작됐다. 잠수함에 타고 있던 무장공비 26명이 내륙으로 침투했고, 한국 군경은 49일 동안 수색작전을 벌였다.

강정영 상병은 무장공비 수색이 시작된 지 5일째인 1996년 9월 22일 작전에 투입됐다. 그가 들어간 곳은 강릉 칠성산이었다. 이곳에서 무장공비를 찾는 종심 작전이 진행됐다.

강 상병은 칠성산에서 무장공비와 교전하던 중 머리에 총상을 입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물한 살이었다. 49일간 이어진 수색작전에서 그는 작전 5일째 목숨을 잃었다.

전사 당시 상병이었던 강정영은 사후 병장으로 한 계급 추서됐다. 그해 11월에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지난 17일 부대에서 열린 추모식도 고 강정영 병장의 이름으로 마련됐다.

숲길을 따라 이동하는 수색 분대
숲길을 따라 이동하는 수색 분대 AI 재연 / 출처 : 더위드카 AI 제작(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당시 강 병장이 속한 중대를 지휘한 사람이 이상호 전 중대장이었다. 그는 칠성산 작전에서 병력을 배치하고 전투를 지휘하는 임무를 맡았다. 부하가 전사한 교전은 그에게도 고통으로 남았다.

이 전 중대장은 당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이유로 군의 분위기를 들었다. 1990년대에는 정신과 진료가 진급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연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설명했다.

그는 부하를 부모 품으로 돌려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슬픔이 여전히 마음 깊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교전 현장을 떠올리게 하는 헬기 소리와 함께, 부하를 잃은 기억도 이어지고 있었다.

이 전 중대장은 30년 전 아픔을 다시 꺼내는 일이 조심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잊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기에 강 병장의 전사 30주기를 유족과 함께 기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여수에서 올라온 부모와 지속적 예우 당부

추모 공간에서 경례하는 군인들
추모 공간에서 경례하는 군인들 AI 재연 / 출처 : 더위드카 AI 제작(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부모는 아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비를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하나뿐인 아들을 잃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며, 그 심정을 30년 동안 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입대 전 11사단만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도 기억했다. 당시에는 어디서든 씩씩하게 복무하면 된다고 타일렀지만, 그 말이 30년 동안 가슴에 맺혔다고 털어놨다.

유족은 추모식 개최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국가의 관심과 예우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아버지는 나라를 지키는 작전에서 전사한 아들의 희생에 걸맞은 추모와 예우가 이어지기를 바랐다.

아버지는 보상금의 많고 적음보다 국가가 희생을 끝까지 기억하고 유족을 살펴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사단에는 강 병장이 대침투 작전 중 직접 작성한 일기와 유품이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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