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코스닥 종목이 바닥을 짚는 양극화 장세 속에서 정반대 방향으로 치솟은 회사가 있다.
반도체 검사 장비 전문기업 티에스이가 10일 하루에만 주가가 약 21% 뛰어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고, 시가총액은 약 3조 원 수준까지 올라섰다.
최근 1년 주가 상승률이 약 582%에 달하는데, 3년 전만 해도 이 회사는 영업 적자를 내던 곳이었다.
이 회사가 파는 것
티에스이는 반도체 칩 생산 이후 불량 여부를 가려내는 ‘검사 단계’에 쓰이는 장비와 부품을 만든다. 핵심 제품은 프로브카드다.
완성된 반도체 웨이퍼에 미세한 탐침을 찔러 전기 신호가 정상인지 확인하는, 일종의 ‘반도체 체온계’ 역할을 한다.
이 프로브카드 외에도 인터페이스보드(검사 장비와 반도체를 연결하는 중간 기판)와 테스트소켓(칩을 고정해 신호를 주고받는 부품)까지,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공급하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 티에스이가 유일하다고 회사 측은 밝히고 있다.
세 제품을 하나로 묶은 통합 브랜드 ‘i3unify’도 이미 론칭한 상태다. 납품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인텔, YMTC 등 세계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다.
여기에 인쇄회로기판을 만드는 자회사 타이거일렉, 핵심 부품인 포고핀을 생산하는 메가터치, 반도체 테스트 서비스를 담당하는 지엠테스트까지, 계열사를 통해 원재료 조달부터 완성품까지 수직으로 계열화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적자에서 흑자로, 2년의 반전
티에스이의 실적 궤적은 단순하지 않다. 2023년 이 회사는 영업 적자를 냈다.
그런데 2024년에는 영업이익 399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도 2024년 3,4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40% 늘었다.
이 반전의 핵심 엔진이 바로 디램(DRAM·스마트폰·서버·인공지능 반도체에 두루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용 프로브카드 매출의 급증이었다. 공정이 정밀해질수록 검사에 필요한 프로브카드의 수요도 함께 커지는데, 낸드 플래시 위주였던 티에스이의 프로브카드 사업에 디램 고객이 가세하면서 성장 기어가 한 단계 올라간 셈이다.
신한투자증권은 2024년 프로브카드 매출 성장이 디램 가세 효과 덕분이었다고 분석했으며, 2025년에는 낸드와 디램 양쪽 모두에서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당시 전망한 바 있다. 하나증권도 2025년 9월 시점에 ‘2026년 디램향 프로브카드 매출 확대를 앞두고 성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적이 뒷받침된 상승인가
이번 신고가 경신이 실적이 받쳐준 상승인지, 기대만 앞선 것인지를 따져보면 둘 다의 성격이 섞여 있다. 2023년 적자에서 2024년 영업이익 399억 원 흑자 전환까지는 숫자로 확인된 사실이다.
반면 2026년 추가 고객사 확보, 제품 라인 확장, 고대역폭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시장 공략 등은 아직 실적으로 완전히 찍히지 않은 기대 요인이다.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2026년이 제품 다변화와 신규 고객사 확대가 본격화되는 시기라고 분석하고 있으며, 2026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비율로 높을수록 고평가)은 10.9배로 과거 대비 저평가 구간이라는 시각도 병존한다.
다만 현재 주가 수준에서 업종 평균을 크게 웃도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저가가 더 많은 장에서 나온 신고가
이번 신고가가 더 눈에 띄는 이유가 있다. 2026년 국내 증시에서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이 신고가 종목보다 더 많은 양극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 종목이 바닥을 짚는 상황에서 티에스이가 정반대 방향으로 치솟았다는 것은 단순한 분위기 편승과는 결이 다르다는 신호다. 결국 이번 신고가 경신의 진짜 의미는, 2023년 적자 탈출에서 시작해 디램 시장까지 영역을 넓힌 프로브카드 사업이 반도체 검사 수요의 수혜를 정면으로 받는 구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데 있다.
프로브카드·인터페이스보드·테스트소켓 세 가지를 동시에 쥔 세계 유일 기업이라는 위치는, 경쟁자가 끼어들 틈 자체를 좁힌다는 점에서 이 상승이 단순 테마로 끝나지 않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