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에 쓸 돈인데 다 어디로 갔나”…퇴직연금 깬 사람 82% 몰린 곳 뜯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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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퇴직연금 / 출처 : 연합뉴스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금액이 2조7천억원에 달하며 전년 대비 12.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이후를 지탱할 핵심 노후자금이 주거비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대거 빠져나갔다.

적립금을 중도에 꺼낸 가입자는 총 6만7천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주택 구입 목적이 56.5%, 주거 임차 목적이 25.5%를 기록하면서 인원 기준 82%가 주거비 마련을 위해 연금 계좌를 깼다.

국가데이터처 통계에서 전체 적립금은 381조원에서 431조원으로 12.9% 늘어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도인출자 수도 6만4천명에서 6만7천명으로 4.3% 증가하며 자산 이탈이 빨라졌다.

주거 목적 82%라는 수치는 인출 금액 비중이 아니라 신청 인원의 구성비로 나타났다. 주택 구매자와 임차인의 건당 인출액이 분리 공개되지 않아 총액의 82%로 단순 계산할 수는 없다.

주거비 압박과 복리 운용 기간의 상실

퇴직연금
퇴직연금 / 출처 : 연합뉴스

중도인출은 단순한 계좌 간 자금 이동을 넘어 미래 투자수익을 회수할 기회를 영구히 없앤다. 특히 은퇴까지 기간이 많이 남은 40대 가입자일수록 복리 증식 효과의 단절이 크게 다가온다.

3천만원을 15년 동안 묶어두고 연 3% 수익률을 거둔다고 가정하면 만기 적립금은 약 4천675만원에 달한다. 중도인출은 약 1천675만원에 이르는 잠재적 운용 이익을 포기하게 만든다.

주택 구입에 투입된 연금은 부동산 실물 자산으로 치환된다. 집값이 상승하고 노후 주거비가 줄면 가계 순자산에 보탬이 되지만, 고점 매수나 대출 이자가 겹치면 부채 부담만 커지게 된다.

임차보증금은 계약 만료 시 돌려받을 수 있지만 연금 계좌로 자동 환류되지 않는다. 반환금을 생활비로 쓰거나 역전세 사고에 휘말리면 노후자산의 회수가 불투명해지는 난관에 부딪힌다.

퇴직연금
퇴직연금 / 출처 : 연합뉴스

중도인출 사유 중 회생 절차가 13.1%를 차지한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주거비 마련뿐 아니라 감당하기 힘든 빚과 소득 감소 충격이 닥쳤을 때 퇴직연금이 최후의 비상금으로 쓰였음을 보여준다.

개인형퇴직연금(IRP)의 해지 규모도 상당하다. 2024년 IRP 해지자는 99만2천명, 해지액은 14조5천억원에 달했으며 타 계좌 이전자는 96만6천명에 이전액은 23조원으로 집계됐다.

계좌 이전은 과세 이연과 운용의 연속성을 유지하지만, 해지는 자금이 연금 체계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가는 결과를 낳는다. 정책적으로 주거비 대출 등 대체 금융 경로 마련이 시급하다.

퇴직연금 인출 화면에서 미래 예상 적립금 감소분을 직관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인출 신청 시점에 기대 수익률별 예상 손실을 확인하도록 도와야 합리적 판단을 이끌 수 있다.

재적립 인프라와 지속 가능한 연금 안전망

부동산 세제 공급
부동산 / 출처 : 연합뉴스

인출 이후 추가 납입을 통한 연금 복원 시스템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소득이 늘어나더라도 과거 인출액이 자동으로 채워지지 않아 노후 연금 수령액이 크게 깎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향후 공시될 통계에서는 주택 구입과 전세 보증금 인출액을 분리 집계해 실제 자금 흐름을 밝혀야 한다. IRP 해지자의 재취업 여부와 인출 자금의 사용처도 면밀히 분석해야 마땅하다.

퇴직연금 431조원은 제도의 양적 성장을 증명하지만, 2조7천억원의 조기 인출은 팍팍한 가계 살림살이를 대변한다. 주택 문제와 노후 연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연쇄 고리로 묶여 있다.

청년과 중장년층이 현재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면서도 은퇴 후 현금 흐름을 지켜낼 수 있는 제도적 균형점이 마련되어야만 퇴직연금이 본래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온전히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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