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인프라 폭발과 제조업 부활로 극심한 전력 부족을 겪는 미국 시장을 잡기 위해 한국의 전력 인프라 기업이 대규모 현지 승부수를 던졌다.
LS일렉트릭은 미국 유타주 시더시티에 위치한 생산 거점에 2천500억 원을 투입해 공장 규모를 기존보다 약 6배로 크게 키우기로 결정했다.
오는 2027년 초 가동을 목표로 잡은 이번 증설이 완료되면 LS일렉트릭 유타 공장의 배전반 생산능력은 연간 5천억 원 규모로 대폭 확대된다.
단순 제품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 체계와 설계, 연구개발 기능까지 하나로 묶어 북미 전력 시장의 중심부로 진입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데이터센터 붐이 당긴 전력망 수요와 현지화 전략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의 1만 3천223㎡ 시설에 6만 6천115㎡를 더해 최종적으로 총 7만 9천338㎡에 달하는 대형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25일 현지에서 기공식을 마친 신규 공장은 향후 북미 배전 사업의 핵심인 하이엔드 전력 설루션과 배전반을 집중적으로 생산할 생산 기지로 거듭나게 된다.
현재 미국은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인프라 급증, 제조업 공장의 자국 유턴,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 신설이 맞물리며 전력망이 유례없는 부담을 마주했다.
전력 발전뿐 아니라 원하는 장소까지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변압기와 배전반, 차단기 같은 전력기기가 필수적이어서 현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흐름을 나타냈다.
단순 수출 방식은 납기 지연이나 복잡한 인증, 높은 운송비와 환율 변동 리스크에 노출되기 쉽다는 구조적 약점을 지니고 있다.
반면 미국 현지에 생산 기반을 두면 고객사의 요구에 맞춘 정밀한 설계 변경과 신속한 유지보수 대응이 가능해져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LS일렉트릭은 앞서 2022년 약 77억 원을 들여 현지 업체인 MCM엔지니어링II를 인수한 뒤, 지난해 초 생산능력을 3배 키우며 단계적 확장을 밟아왔다.
이번 2차 대규모 증설은 그동안의 현지화 시험 단계를 완전히 넘어서 북미 시장에서 본격적인 외형 확장에 돌입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연 5천억 생산력의 경제적 효과와 넘어야 할 문턱
공장이 가동되면 현지 수주와 부품 조달, 인력 채용, 정비 계약이 맞물리며 미국 시장 내에서 지속적인 반복 주문을 확보하는 안정적 구조가 완성된다.
국내 본사의 연구개발 역량과 고부가 부품, 엔지니어링 기술이 해외 프로젝트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한국 전력 산업 전반의 외연 확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공장 증설이 곧바로 매출 확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현지 경쟁사와의 납기 및 가격 경쟁 속에 실제 가동률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성패가 달린 것으로 분석된다.
77억 원의 인수에서 시작해 2천500억 원의 대형 투자를 감행한 만큼, 향후 신규 공장의 수주 잔고와 현지 인증 일정, 원재료비 부담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