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객들이 쓰지 않고 쌓아 둔 마일리지가 사상 처음으로 3조 원을 돌파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대한항공의 미사용 마일리지 관련 이연수익은 3조 1,199억 원에 달했다.
마일리지 이연수익은 승객에게 향후 제공할 보너스 좌석 서비스를 항공사가 부채로 잡아 둔 돈이다. 지난해 말 2조 8,445억 원이던 액수는 불과 반년 만에 2,754억 원인 9.7%나 치솟았다.
장부상 빚은 급증했으나 정작 승객들이 보너스 항공권을 발권해 탑승한 비중은 줄었다. 2023년 11.8%에서 2024년 11.0%로 꺾인 뒤, 지난해에는 10.3%까지 떨어지며 2년 연속 내리막을 탔다.
마일리지 승객들이 실제로 비행기를 타고 오간 이동거리도 함께 줄었다. 2024년 84억 3,500만 ㎞에 달했던 마일리지 탑승객 총 이동거리는 지난해 80억 600만 ㎞로 주저앉으며 5.1% 감소했다.
불어난 적립과 관망세에 연휴 특별기 긴급 편성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잔액이 급증한 주된 배경으로 여행 수요의 빠른 회복을 지목했다. 해외여행객이 크게 늘면서 자연스럽게 마일리지 적립 규모 자체가 커진 결과라는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앞두고 회원들이 보인 관망세도 사용을 늦췄다. 양사 통합 이후 마일리지 가치와 운영 기준이 어떻게 확정될지 지켜보려는 소비자들이 사용 시점을 뒤로 미룬 탓이다.
전체 여객 대비 탑승 비중이 줄어든 것에 대해 대한항공은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현재 마일리지 발권 실적 자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웃돌고 있다는 입장이다.
소진을 돕기 위해 연휴 특별기도 긴급 투입됐다. 대한항공은 추석과 개천절, 한글날 연휴 기간 승객 수요가 몰리는 제주 노선에 마일리지 특별기 20편, 약 3,160석을 띄운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 결합이 마무리되면 소화해야 할 마일리지 짐은 훨씬 무거워진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말 장부에 반영해 둔 미사용 마일리지 이연수익만 해도 9,361억 원이다.
두 회사의 이연수익을 합치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미 3조 7,806억 원에 이른다. 대한항공의 2조 8,445억 원에 아시아나 몫이 더해져 단숨에 3조 7,000억 원 고지를 훌쩍 넘어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한 방안에 따르면 기존 아시아나 회원의 마일리지는 합병 후 10년간 별도로 관리되고, 원래 소멸시효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마일리지는 통합 대한항공의 전 노선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보너스 표 예약과 좌석 승급은 물론 항공권 가격의 일부를 마일리지로 치르는 복합 결제에도 전액 그대로 쓸 수 있다.
10년간 장거리 좌석 사수와 카드 적립 깎인 전환율

좌석 공급이 줄지 않도록 빗장도 걸었다. 공정위는 미주와 유럽 등 인기 장거리 노선의 보너스 좌석 탑승실적을 향후 10년 동안 2023년 최고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강제했다.
통합 항공사 체계로 마일리지를 전환할 때는 적립 경로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 탑승으로 모은 마일리지는 1대 1로 온전히 인정받지만, 카드나 제휴처로 모은 마일리지는 1대 0.82로 가치가 깎인다.
원활한 소진을 위한 연간 사용 목표치도 설정됐다.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2027~2028년 106%, 2029년 112%, 2030~2036년에는 121%까지 단계적으로 사용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마일리지로 항공권 일부를 결제하는 복합 결제의 문턱도 낮아졌다. 최소 결제 기준은 기존 500마일에서 100마일로 떨어졌고, 운임에서 마일리지로 치를 수 있는 최대 비중은 30%에서 40%로 넓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