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배터리 3사가 중국 밖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과 사용량을 동시에 잃었다. 전체 시장이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는 동안 한국 기업 배터리의 차량 탑재량은 오히려 뒷걸음질을 쳤다.
SNE리서치가 집계한 올해 1~7월 비중국 배터리 총사용량은 316.2GWh로 전년 동기 대비 25.8% 증가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의 합산 사용량은 86.1GWh로 8.9% 줄었다.
한국 3사의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37.6%에서 올해 27.2%로 10.4%포인트 급락했다. 시장 외형이 빠르게 커지는 과정에서 한국 배터리가 차지하는 실질적 비중이 크게 축소됐다.
반면 중국 CATL은 사용량 107.5GWh와 점유율 34.0%를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굳혔다. CATL 단 한 곳의 배터리 공급량이 한국 3사의 전체 실적을 큰 차이로 앞지르는 판도가 형성됐다.
중국 업체의 가파른 영토 확장과 한국 3사의 실적 후퇴

중국 BYD 역시 사용량 33.4GWh로 전년 동기 대비 69.1% 급증하며 매서운 성장세를 나타냈다. CATL과 BYD 두 업체의 합산 점유율은 44.6%에 달해 비중국 시장의 절반에 육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51.6GWh의 사용량을 올리며 2위를 지켰으나 전년보다 1.7% 줄었다. 북미 주요 고객사의 차량 판매 조정과 일부 주력 차종의 세대교체가 겹치며 물량 확대가 제한됐다.
SK온은 현대차그룹 신차 공급 효과를 거뒀으나 북미와 유럽 주요 고객사의 판매 둔화를 겪었다. 여기에 현지 고객사들의 생산량 조정까지 겹치면서 배터리 사용량은 22.2GWh로 9.9% 감소했다.
삼성SDI는 12.3GWh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9.4%라는 가장 큰 사용량 감소폭을 나타냈다. 북미 비중이 큰 핵심 고객사의 차량 판매 부진과 유럽의 기존 전동화 차종 수요 둔화가 직격탄이 됐다.

이번 집계는 해당 기간 등록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하이브리드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 용량을 기준으로 한다. 제조 공장의 단순 생산량을 넘어 도로 위에서 운행되는 차량의 현실적인 수요 흐름을 담아냈다.
배터리 업체가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하고 공급 계약을 따내더라도 차량 판매가 부진하면 물량은 줄어든다. 파트너 완성차 업체들의 실제 판매 성과가 배터리 제조사의 실적으로 즉각 연결되는 구조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거래를 대폭 넓혔다. 해외 시장의 외형 확장에 따른 과실을 중국 업체들이 집중적으로 흡수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결국 중국 밖 시장의 성장세가 가속화되는 국면에서 한국 기업들은 오히려 공급량 감소를 겪었다. 주요 권역에서 완성차 고객사들이 겪은 판매 둔화가 3사 전체의 사용량 하락으로 이어진 셈이다.
지역 거점 효율화와 제품 다변화로 풀어야 할 경쟁 과제

해외 공장을 구축해 설비를 확보하는 단계를 넘어, 현지 공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가동할지가 관건이다. 급변하는 지역별 수요에 발맞춰 제조 거점의 원가와 가동률을 최적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완성차 업체들의 요구에 대응할 제품 포트폴리오의 확장도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고성능 삼원계 배터리는 물론 가격 경쟁력을 갖춘 리튬인산철(LFP)과 차세대 제품 대응력이 요구된다.
특정 지역과 일부 고객사에 치우친 공급 구조에서 벗어나 완성차 고객군을 다변화해야 한다. 원자재 조달부터 완성품 납품까지 투명하게 입증할 수 있는 공급망 추적성 확보도 당면 과제다.
향후 시장 경쟁의 관건은 위축된 절대 사용량을 반등시키고 시장 성장세를 따라잡는 데 있다. 기술적 완성도를 실제 차량 탑재와 대량 판매로 전환시키는 실행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