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사 임원과 자산운용사 종사자 등이 기업 인수·합병 정보를 빼돌려 200억 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적발됐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합동대응단은 지난 29일 이들의 자택과 사무실 2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핵심 혐의자는 서울대 경영동아리 선후배로 얽힌 30~40대 금융전문가 5명 안팎이다. 이들에게서 미공개 정보를 건네받은 가족과 지인까지 가세해 기업이 공식 발표를 내놓기 전에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이들이 주식 거래에 써먹은 것은 5개 종목의 미공개 정보다. 경영권 공개매수와 전략적 제휴 같은 초대형 호재가 공시되기 전에 미리 정보를 돌려보며 어느 주식을 집중 매수할지 사전에 모의했다.
이들의 연결고리는 대학 동아리에 그치지 않았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직장 경력까지 겹쳐 있었다. 학내 인맥과 직장 경력이 결합하면서 내부 정보를 은밀히 공유하는 통로로 활용됐다.
비밀 지킬 임원의 유출과 의심 계좌에서 드러난 인맥

핵심 혐의자 가운데는 상장사 현직 임원이 포함됐다. 기업 경영진이나 M&A 자문 담당자는 업무상 알게 된 거래 비밀을 지켜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정보를 지켜야 할 인물이 유출의 출발점이었다.
자산운용사에서 투자 업무를 다루는 금융 전문인력도 범행에 가담했다.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임원과 시장에서 자금을 굴리는 운용사 종사자가 한데 엮여 기업 내부 정보를 사익 편취의 도구로 삼았다.
매수 시점은 항상 시장보다 빨랐다. 이들은 일반 투자자가 공시를 확인하기 전에 주식을 미리 사 모은 뒤, 공식 발표가 나와 주가가 치솟으면 곧바로 주식을 팔아치워 200억 원대의 차익을 실현했다.
당국이 파악한 혐의에 따르면, M&A 업무를 하며 대상 회사의 미공개정보를 취득한 이들의 정보는 본인 거래를 넘어 가족과 지인에게까지 흘러갔다. 정보가 인맥을 타고 퍼지면서 주변 인물들까지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치밀했던 거래는 거래소의 시장 감시망에 꼬리를 잡혔다. 특정 종목에서 비정상적인 매매를 벌인 의심 계좌가 먼저 포착됐고, 대응단은 해당 계좌의 거래 종목과 매매 주체들의 인적 관계를 역추적했다.
서로 다른 사건에서 동일한 인물들이 반복해 등장하면서 수사망이 좁혀졌다. 대응단은 개별 사건으로 흩어져 있던 의심 거래들을 병합해 하나의 인맥 카르텔 안에서 벌어진 조직적 범행으로 파악했다.
대응단은 올해 5월부터 혐의자들의 자금 흐름과 인적 관계를 끈질기게 추적해 왔다. 관계기관들은 지난 5월부터 공조 체제를 가동하고 강제수사로 전환해 20여 곳의 거점에서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압수수색과 함께 일부 혐의자의 증권계좌에는 즉각 지급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금융당국은 압수한 증거를 토대로 추가 조사를 거쳐 형사 고발과 함께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NH투자증권 사건에서 찾은 실마리와 후속 제재

공개매수 정보를 노린 금융인의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공개매수 주관사인 NH투자증권 임원이 15개 상장사 정보를 이용해 수십억 원을 챙긴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당시 적발된 임원은 2023년 5월부터 주식을 집중 매수하고 공시 직후 매도해 차익을 거뒀다. 관계당국은 조사를 마무리하고 올해 5월 해당 임원과 관계자들을 검찰에 전격 고발했다.
이번 동아리 인맥을 밝혀내는 데는 선행 사건의 분석이 결정적이었다. 대응단은 앞선 NH투자증권 사건에서 정보가 유출된 이동 경로를 정밀 분석한 끝에 이번 인맥의 실체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기업 거래 정보를 업무로 접할 수 있는 금융인들이 잇따라 조사와 고발 대상에 올랐다. 대응단은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이번 사건의 상장사 임원과 자산운용사 종사자들에 대해서도 고발 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