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5월 시작된 농지 전수조사는 8월부터 현장 심층조사 단계에 들어섰다. 정부는 투기 목적으로 취득한 뒤 방치하거나 불법 임대한 농지에는 법에 따른 처분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조사 방침은 시세 차익을 노린 농지 투기와 관행적 임대차를 구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사는 이미 진행 중이지만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처분 명령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고령이나 상속으로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하는 토지를 일률적인 처분 대상으로 보지 않겠다고 밝혔다. 취득 경위와 실제 이용 상태, 적법한 임대·위탁 여부에 따라 후속 조치가 달라진다.
농림축산식품부도 투기에는 법대로 엄정 대응하되 관행적 위반 농지에는 자진 정비 기간과 농지은행 위탁 통로를 마련하기로 했다. 고의적 투기와 영농 한계로 발생한 비공식 임대를 구분해 처리하는 방침이다.
투기 근절과 임차농 보호를 가르는 임대차 요건

농지는 실제 농업 생산에 쓰여야 할 생산 기반이다. 차익을 노린 매입 후 휴경이나 위장 경작이 늘어나면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이 활용할 농지가 줄어들고 비공식 임대차로 인한 법적 갈등이 깊어진다.
반면 장기간 자경 후 고령이나 질병을 겪는 농민의 토지까지 투기로 묶어 강제 매각하면 기존 임차농의 영농 기반까지 흔들린다. 조사 단계부터 법이 정한 적법 임대 경로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현행 기준상 60세 이상으로 5년 이상 직접 경작한 농지와 1만㎡ 이하 상속 농지는 일정 요건에서 임대가 허용된다. 다만 이러한 법적 예외 요건을 벗어난 농지까지 자동으로 처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소유자와 임차농에게는 조사 이후 구체적인 절차가 핵심이다. 정부는 명백한 투기 토지와 정비 가능한 농지를 분리하고, 후자에는 자진 정비 기간과 함께 농지은행 위탁 경로를 부여하기로 했다.

올해 1월에서 7월 사이 전국 평균 농지가는 ㎡당 5만 85원으로 전년 동기 5만 2392원보다 4.4%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하락률은 2023년 25.0%, 2024년 7.2%로 내림세를 이어갔다.
가격 하락과 달리 거래량은 늘어났다. 올해 1월에서 7월 사이 논과 밭의 거래량은 19만 2674필지로 전년 18만 8606필지 대비 2.2% 증가해 가격과 거래 흐름이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임차농 보호를 위해 정부는 5월 18일에서 9월 14일 사이 특별 정비 기간을 운영했다. 이 기간 농지은행 임대 위탁 계약은 1만 909ha로 전년 같은 기간의 5899ha보다 84.9% 늘어났다.
농식품부는 소유 기간이 3년을 넘은 농지를 11월 15일까지 농지은행에 위탁할 경우 적법 임대로 판단하기로 했다. 소유자에게는 처분 외 퇴로를 열고 임차농에게는 안정적 경작을 보장하는 장치다.
2조원대 지원 예산과 향후 현장 정비 과제

정부는 농지은행 맞춤형 농지지원 예산을 올해 1조 8077억 원에서 내년 정부안 2조 2617억 원으로 25% 늘려 잡았다. 조사 후 농지 매입과 공공 임대 수요가 확대될 때 투입할 재원이다.
다만 내년도 정부안은 확정된 예산이 아니며, 예산 증액만으로 투기 방지와 임차농 보호 효과가 완결되지는 않는다. 지원 재원이 현장에서 실제 경작자에게 얼마나 원활히 연결되는지가 실질적 관건이다.
대통령의 전수조사 언급은 정책 추진 의지를 드러낸 출발점이다. 정책의 경제적 파급력은 실제 조사 대상의 범위와 강제 처분 명령 규모, 농지은행으로 전환되는 비공식 계약의 비중에 좌우된다.
앞으로는 구체적인 조사 일정과 처분 대상 기준, 자진 정비 세부 요건을 현장에서 확인해야 한다. 헌법상 경자유전의 원칙을 확립하면서도 고령 영농인의 불가피한 사정을 정밀하게 가려내는 행정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