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퓨얼셀이 미국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연료전지를 수주하며 북미 시장의 문을 열었다. 국내에서 만든 인산형 연료전지를 현지에 대규모로 수출하는 새로운 판로를 확보했다.
전체 계약금액은 5천14억 원으로 지난해 두산퓨얼셀 연간 매출을 웃도는 규모다. 올해 하반기부터 2028년 상반기까지 미국 계열사인 하이엑시엄에 순차적으로 장비를 공급한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연산과 냉각 장치 가동으로 막대한 전력을 끊김 없이 쓴다. 지역 송전망 연결 승인에 수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부지 안 자체 발전이 핵심 대안으로 떠올랐다.
다만 이번 거래는 북미에서 영업과 설치를 맡는 계열사 하이엑시엄을 거치는 구조다. 두산퓨얼셀의 장비 납품이 최종 현지 고객사의 실제 투자 진행 속도에 묶여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
24시간 가동과 1년 설치가 만든 경제적 가치

두산이 납품하는 인산형 연료전지는 도시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전기를 만든다. 날씨에 따라 출력이 출렁이는 태양광이나 풍력과 달리 24시간 운전하며, 모듈을 더해 쉽게 증설한다.
설치에 걸리는 기간은 약 1년이다. 전력 공급이 1년 앞당겨지면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먼저 가동해 임대료를 벌어들이고, 고가 인공지능 칩이 멈춰 있는 유휴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연료전지는 연소를 최소화해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를 거의 내뿜지 않는다. 다만 도시가스를 개질할 때 이산화탄소가 나오므로 장기적으로 청정수소나 탄소포집과 결합해야 규제를 넘는다.
전력 경제성은 지역 가스값과 전기요금에 따라 갈린다. 송전망 연결이 빠르고 전기가 싼 곳에서는 비싸게 느껴지지만, 송전 지연과 정전 비용이 큰 곳에서는 비싼 발전단가를 만회한다.

5천14억 원이라는 계약액이 실적과 현금으로 즉시 잡히지는 않는다. 2028년 상반기까지 납품과 검수 진도에 따라 쪼개져 반영되며, 초기에 원자재를 대량 구매하면 운전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수익성은 장비 제조원가와 환율, 유지보수 조건이 결정한다. 달러 강세는 원화 환산액을 늘려주지만 해외 부품비와 운송비도 함께 올린다. 장기유지보수 수익을 어떻게 나누는지도 관건이다.
계열사 간 거래인 만큼 최종 데이터센터 발주 상황을 살펴야 한다. 현지 프로젝트가 축소되거나 취소되면 공급 일정이 바뀌므로 계약 해지 조항과 최소 구매물량 기준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익산공장의 생산능력과 납기 준수 역량도 중요하다. 미국 공급 물량과 기존 국내 물량을 동시에 소화해야 하며, 부품 조달이나 품질에 하자가 생기면 지체상금과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발전소 너머 현장 분산 전원으로 넓어지는 무대

이번 수주는 발전소에 머물던 대형 연료전지 시장이 수요처 바로 옆 현장 발전으로 확장된다는 신호다. 데이터센터 증설이 이어지면 장비 납품에 더해 운영 관리와 부품 교체로 매출이 넓어진다.
하지만 미국 현지의 인허가나 가스 배관 공급, 환경 규제가 늦어지면 전체 사업 일정이 지연된다. 최종 데이터센터 건설 공정이 늦춰질 경우 장비 입고와 설치 시점도 덩달아 뒤로 밀리게 된다.
미국의 자국산 부품 조달 요건도 중요한 변수다. 현지 세액공제나 지원 정책에 맞춰 국내 완제품 수출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현지 공급망을 갖추거나 보조금 없이도 우위를 증명해야 한다.
투자자는 분기별 수주잔고의 매출 전환율과 영업이익률, 익산공장 가동률을 확인해야 한다. 5천14억 원 계약의 진정한 가치는 대형 납품을 완수하고 지속적인 추가 수주를 이끌어낼 때 확인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