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코로나 시기 빚더미에 앉은 소상공인의 장기연체 채무를 내년부터 털어내고, 성실상환자를 함께 지원하는 종합 대책을 본격적으로 내놓았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자영업자에게 나간 대출 358조 7천억 원 가운데 43.1%에 달하는 154조 7천억 원이 미상환 상태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석 달 넘게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한 장기 연체액만 6조 3천억 원에 이르며, 전체 잔액의 4.1%가 짙은 부실 위험에 직면했다.
한국은행이 7월과 8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연 3.00%까지 끌어올린 데다 추가 인상 여지까지 열어두면서 차주의 상환 부담은 한층 가중됐다.
6조 원 장기연체 채권 옥석 가리기와 금융권 분담

정부가 들여다보는 대상은 154조 7천억 원 전체가 아니라, 2023년 6월 이전부터 연체가 이어진 무담보 코로나 피해 채권으로 좁혀진다.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을 없애는 소각과 원금이나 만기를 바꿔 갚게 돕는 채무조정 가운데 어떤 방식을 적용할지가 4분기 논의를 이끈다.
팬데믹 당시 재정 지원 대신 금융 대출로 버티게 했던 정책 탓에 자영업자의 빚 부담이 금리 상승기를 맞아 크게 불어났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부실 채권을 정리하면 금융권의 단기 손실은 불가피하지만, 장기 관리 비용을 줄이고 한계 차주의 신용불량을 막는 사회적 실익이 뒤따른다.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정책자금 금리를 0.3%포인트 깎아주고 대출 한도를 2억 원 늘리는 성실상환자 혜택도 더했다.
기업은행 소상공인 희망드림 대출 공급을 2배로 늘리는 한편, 지역신용보증 심사에도 성실상환 이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금융 우대를 지원한다.
수출입은행은 162억 원 규모의 특수채권을 소각하고, 산업은행은 안심금리전환 자금 한도를 내년에 1조 5천억 원으로 5천억 원 늘린다.
금융사가 쌓아둔 대손충당금 수준에 따라 손실 분담 여력이 갈리는 만큼,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금융권 사이의 정교한 손실 분담이 요구된다.
성실상환 유인과 재기 지원의 실효성 확보

성실상환자에게 주어지는 한도 확대는 무조건 돈을 더 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정책자금 심사를 통과해야 열리는 최대한도를 넓힌 것에 가깝다.
단순히 빚을 깎아주는 조치에 머물지 않고 정상적인 영업 매출 회복과 신규 자금 수혈이 이어져야 차주의 재연체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
지원 대상이 지나치게 좁으면 취약계층이 소외되고 너무 넓으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므로, 4분기에 확정될 상환 능력 심사 기준이 주목받는다.
앞으로는 154조 7천억 원의 총 잔액보다 6조 3천억 원의 연체 채권 중 얼마가 정상 상환 궤도로 복귀하느냐가 대책의 성패를 좌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