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양식으로 알려진 흑염소 함량을 부풀려 표기한 건강식품 제조사 15곳을 적발해 고발했다. 일부 제품은 실제 흑염소를 14.1%만 넣고도 포장지에 82%를 넣었다고 버젓이 표기했다.
적발된 위반 제품은 5만 8183개에 달하며 전체 판매액은 약 36억 3천만 원으로 집계됐다. 단속 대상 15곳 가운데 80%에 이르는 12곳이 실제 원료 투입량보다 훨씬 높은 함량을 허위 표시했다.
지역별 사례를 보면 충북 제천의 한 제품은 21.6%를 87%로 표기했다. 경남 거창의 제조사는 추출액 81%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실제 제품에 들어간 흑염소 비중은 고작 1%였고 나머지는 물이었다.
소비자가 혼란을 겪는 핵심 이유는 흑염소 함량과 추출액 함량의 개념 차이에 있다. 물과 부재료를 섞어 만든 추출액 비율만 크게 내세우면 소비자는 고기가 듬뿍 들어간 제품으로 쉽게 착각한다.
추출액 착시와 가격 왜곡을 부르는 서류 부실

함량 속임수는 소비자의 가격 비교 기준마저 무너뜨린다. 10만 원짜리에 10%가 든 제품과 12만 원에 30%가 든 제품은 정확한 원료 투입 비율과 1포 용량이 없으면 그램당 가격을 따질 수 없다.
일부 제조사는 원료수불 서류와 자체 품질검사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장부가 부실하면 실제 함량을 역산하기 어렵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생산분을 회수해야 하는지 가려내기도 불가능하다.
적발된 판매액 36억 3천만 원이 고스란히 피해액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다 마셔버린 소비자가 많고 구매 영수증이나 빈 상자를 버린 경우도 흔해 피해 규모를 특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질적인 환불이 이뤄지려면 업체별 제품명과 제조번호, 판매 기간을 상세히 밝혀야 한다. 실물 포장지가 없더라도 온라인 쇼핑몰 주문 명세만으로 즉시 환불을 접수할 수 있는 행정 창구가 요구된다.

함량 허위 표시와 위생상 위해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흑염소가 적게 들었다고 당장 몸에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품질 관리를 소홀히 한 만큼 미생물과 중금속 검사 결과를 함께 공개해야 한다.
행정처분 수위가 위반으로 얻는 부당이득보다 낮으면 업체는 과징금을 단순 영업비용으로 넘겨버린다. 서류 조작과 고의성을 엄격히 처벌하고, 처분을 받은 대표가 다른 법인으로 재영업하는 꼼수를 막아야 한다.
고함량이나 프리미엄 같은 자극적인 문구를 앞세워 판매 마진을 챙긴 유통업체도 표시 검증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온라인몰과 건강원은 입점 단계에서 원료배합표와 검사성적서를 직접 검증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충격은 원칙을 지키며 정직하게 제품을 만들어온 다른 제조사와 사육 농가로 번진다. 소비자의 불신이 시장 전체로 번지지 않도록 적발된 제품을 신속히 솎아내고 정상 제품의 품질을 입증해야 한다.
원료 비율 중심의 표기 개편과 사후 관리

표시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손볼 때가 됐다. 제품 앞면에는 눈속임하기 쉬운 추출액 수치 대신 실제 흑염소 원료 비율을 동일한 크기의 활자로 적고, 추출액 속 물과의 배합 기준도 명확히 따로 알려야 한다.
온라인 상세페이지 광고 문구와 실제 제품 포장지의 표시 사항을 자동으로 대조하는 검증 장치도 필요하다. 통제되지 않는 과장 광고가 소비자를 유인하지 못하도록 판매 창구의 표기를 정기적으로 걸러내야 한다.
소비자 역시 겉포장의 큼직한 숫자보다 뒷면의 원재료명과 배합비율, 1포당 용량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추출액 비율만 적혀 있고 실제 원재료의 비중이 누락되어 있다면 제조처에 직접 문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식약처는 행정처분 결과와 회수 및 환불 현황, 안전성 재검사 내역을 끝까지 공개해야 한다. 단순한 일회성 적발에 머물지 않고 사후 조치를 투명하게 매듭지어야 왜곡된 건강식품 시장의 신뢰를 되살릴 수 있다.



















